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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기록, 몰입

일과 제주

soulgom | 2026년 02월 04일

1. 워케이션이 아닌 리케이션

워케이션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일(Work)과 여행(Vacation)의 합성어이죠. 그전에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라는 단어가 유행했었죠.

워케이션은 이미 글로벌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워케이션 장소를 추천해주는 플랫폼이 생기기도 했죠. 디지털 노마드도 한때 그랬습니다. 제주가 디지털 노마드를 하기 좋은 명소로 글로벌 10위권 안에 자리 잡기도 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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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를 정의하느라 공간을 낭비하지 않을게요. 궁금하면 여러분이 찾아보세요. 글 안에서도 비본질을 쳐내려는 작업을 지속해서 하겠습니다. 이 책, 느낌이 오시죠? 여러분의 여정이 지루하지 않을 겁니다.

오늘날 비즈니스의 상당 부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근무 공간 제약이 줄어들고, 공간과 거리에 따른 의사소통에 무리가 없어졌습니다. ICT 발전 덕분이죠. 하지만 그것이 이러한 흐름의 주된 이유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우리는 이전에도 제약받지 않는, 억압받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과 창의적 공간에서 자유와 영감을 누리며 일하고 싶어 했어요.

헤밍웨이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습니다. 환경을 낯설게 하며 번뜩이는 영감을 찾아다녔어요. 삶의 대부분을요. ‘노인과 바다’, 노인의 사투는 헤밍웨이와 우리에게 오버랩됩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키나 잘 조정해. 아직 너에겐 행운이 꽤 남아 있을지 몰라. - 노인과 바다

꼭 문학가가 아니더라도 이러한 환경과 공간이 필요합니다. 억압을 벗어나 지속해서 공간을 낯설게 하며 영감을 받고, 때론 익숙한 공간에서 몰입하기도 하며, 언제든지 새로운 것(또는 지식)을 탐색할 수 있는 자유와 출근하지 않을 권한이요.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하고 추진할 수 있는 권한이요. 무의미한 일에 ‘무의미해요!’, ‘의미 없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요.

(대부분 돈이 안 되지만) 좋네요. 의미 있습니다.

(대부분 돈이 되지만) 우리에게 의미 없습니다.

의미 있는지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죠. 그렇지만 매번 돈이 안 되는 것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몽상가가 아니니까요. 회사를 유지하기 위해 때로 최소 자원으로 최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일도 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큰 그림 안에 작은 퍼즐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매번 무의미, 나태에 길들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하루하루 온전히 깨어있고, 성장하면서도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도록 문화를 만들고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이는 여러분이 원하지 않는 피곤함일 수도 있어요. 때로는 무의미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고, 나태하게 바다를 보며 늘어지거나, 하루하루를 멍하니 살고 싶기도 하니까요.

여러분이 보고 싶고, 듣고 싶은 얘기를 해보죠. 저는 지금 어디서 일하고 있을까요? 이렇게 말하면서 사무실에 앉아있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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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커피템플이라는 카페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일하기 좋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22년 8월 말입니다. 글을 시작할 때도 여기 있었는데 탈고하는 지금 22년 11월 말에도 여기 있네요. 커피는 유자 아메리카노입니다. 달면서도 깔끔합니다. 의미 없는 글귀가 들어가 있다고요? 이게 본질입니다. 여정이 본질이 아니라면 무엇일까요?

지금은 글을 쓰고 있지만 코딩하거나 사무 업무를 보더라도 만족도가 높습니다. 책도 몇 권 가져왔습니다. 분위기 환기 차 잠시 일어나 한 바퀴 돌기도 하고, 책장을 가볍게 넘기기도 합니다. 휴대폰은 무음이에요. 집중하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습니다. 받지 않아도 되는 연락과 전화가 대부분입니다. 중요하면 문자가 오든 전화가 또 오든 합니다. 받을 수 있을 때 받아요.

스스로 집중할 수 있는 공간에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곳에서, 돌아다니면서, 여행하면서 일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만 허락된 자유가 아닙니다.

공간과 환경이 주는 만족감이 일의 만족도를 올려주기도 합니다. 능률은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만족스럽다는 거죠. 만족스러우면 지속할 수 있고, 지속하면 깊어지지 않을까요? 깊어진다면 능률향상으로 이어질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꼭 능률이 오르지 않아도 돼요. 우리가 행복하면 되는 거죠.

모든 직원이 대표와 동일한 자유를 누립니다. 업무에 의사결정 권한을 가지고 스스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직위나 직책도 스스로 정합니다. 이러한 문화와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함께 노력합니다. 노력으로 안 되는 것들은 시스템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요.

대표적으로 삶의 여백이 시스템화 되어 있습니다. 하루 12시간씩 일하면서 자유롭고 주체적인 삶을 살기는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UC Berkeley 연구진이 연구한 연구 결과[1]에 따르면 잠을 잘 자야 다른 사람들을 도우려는 의지가 더 강해진다고 합니다. 협업에 개인적 휴식도 크게 작용한다는 것이죠. 협업이 아니더라도 사내에서 여러 사회공헌 활동을 많이 하는데 개인적 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면 이러한 활동에 관심을 가질 수 없어 시야를 좁게 만들 우려가 있죠.

출근 시간은 10시부터 5시이고, 야근과 회식이 없습니다. 제주 여러 곳에 있는 회사 중 어느 사무실로 출근해도 상관없으며, 코워킹 스페이스로 출근해도 좋고, 카페로 출근해도 됩니다. 당연히 재택도 상관없고요. 출근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울 자가에서 일하시는 분도 있으시고요. 일주일을 쉬어도 좋고, 한 달을 쉬어도 좋습니다. 일하고 싶을 때 일합니다.

노동시간을 채우기 위한 업무는 우리에게 없습니다. 업무가 없다면 출근을 안 하면 되니까요. 갑자기 일이 생기거나, 병원 예약을 했거나, 은행 일을 봐야 하거나, 게임을 하고 싶으면 퇴근하면 됩니다. 잠시 나갔다 와도 되고요. 사유를 묻지 않아요. 알아서 합니다.

그래서 간혹 제가 출근했을 때 아무도 안 계시기도 하죠. 저도 출근하지 않은 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우리는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제가 자주 하는 얘기에요. 감시하지 않습니다. 휴가를 왜 갔는지 얘기하지 않아요. 캘린더에 표시하면 됩니다. 대부분 크로스 업무가 되기 때문에 협업 부서에 간단한 업무 조율만 합니다. 컨트롤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결정을 스스로 합니다.

일을 만듭니다. 별도의 업무 지시는 없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스스로 되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잘해야 합니다. 그렇게 선택한 일에 책임 갖고 일합니다. 하는 일이 본질에 가깝지 않다면 비용이 들어갔어도 매몰 비용이라 생각하고 빠르게 드롭(Drop)합니다. 일을 중단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당시에 일을 시작한 이유도, 중단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그 당시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진행된 결과에 대한 부분은 대표가 책임집니다.

부정적 에너지가 회사 내 흐르는 것을 차단합니다. 몰입해서 진행했다면 결과는 한 걸음 떨어져 바라봅니다. 잘되었다고 우쭐할 것도, 잘못되었다고 쳐질 필요도 없습니다. 일의 잘됨과 잘못됨이 우리의 평안을 깨트리지 않습니다.

주변의 우려와는 달리 대부분의 일이 원활히 진행됩니다. 문화와 시스템은 모두가 힘쓰기에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일이 원활하니 우리는 좀 더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감정, 공간, 시간에 통제받을 이유가 없어요.

회의도 동기화될 필요가 없습니다.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회의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유대감 형성이라면 티타임을 하면 됩니다.

발표 자료(.pptx)나 한글(.hwp) 문서는 작성하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로 문서가 많이 작성되는 사업은 하지 않습니다. 우리 인생에 있어 자간과 줄간이 얼마나 중요할까요? 그런 비본질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지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본질에 집중하려 노력합니다.

글은 마크다운(Markdown)으로 작성됩니다. 책은 노션(Notion)으로 집필하고, 생각은 미디엄(Medium)에 정리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무엇인지는 뒤에서 설명합니다. 우리를 좀 더 본질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시스템은 우리의 마음이나 생각만큼 중요합니다. 임직원을 배려한 시스템은 모두의 시간을 아끼고, 몰입하게 하며,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하게 합니다.

제주의 가치, 주체적인 삶, 본질을 추구하는 마음과 이를 뒷받침하는 회사 문화와 시스템을 엮어 ‘리케이션(Lication)’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삶(Life) 또는 생활(Living)과 여행(Vacation)의 합성어입니다. 여행하는데 누가 통제하지 않잖아요? 우리 업(業)도 그렇죠. 마음 편히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우리는 이 자유로 일과 삶의 영역을 허뭅니다.

2. 가치 찾기

더 많이 일한다고 많은 가치가 생성되는 것일까요? 사무실에서 근무해야, 많은 대화와 이해가 있어야, 회의에 참석해야, 근무 시간을 다 채워야, 큰 기업에 다녀야 가치를 생산하는 것일까요? 보이는 삶, 숨만 쉬는 삶, 명령대로 행해지는 삶, 비판 없이 행해지는 삶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가치는 무엇일까요? 공간과 환경은 무엇일까요? 주체적인 삶은 무엇일까요?

이러한 질문에 대답은 하나의 정답일 수 없습니다. 모두의 정답이 다를 것이고 달라야만 하죠. 이는 여러분의 삶 속에서 진지하게 스스로 던져야 하는 질문들일 것입니다.

회사도 같은 질문을 해야 합니다. 회사가 보여지는 매출액이, 직원 수가, 멋진 사무실만이, 가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을 증명해주지 못합니다.

한 사람을 기술로서 세우는 것, 그 기술로서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우리가 내건 가치는 이러합니다. 여러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을 세우는 것이고, 그 주머니를 채울 수 있는 일을 도모합니다. 한 청년에게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매출액보다 직원 수보다 멋진 사무실보다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스스로 선택한 일로 원하는 공간에서 우리의 가치를 생산합니다. 이를 위해 회사 내에서는 의사결정권의 위임과 공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하고 싶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한 번 가치에서 벗어난 결정을 한다면 계속 그 가치에서 벗어난 결정을 하게 될 거예요.

돈을 버는 일은 언제 하냐고, 더 큰 일을 해야 한다고,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여러 사업 제안이 들어옵니다. 스케일업해야 한다고, 유니콘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직원을 배려하는 것이 오히려 직원의 성장을 막고 있는 것이라고(직원에게 야근시켜야 한다고 말씀하신 분도 있으셨죠. 이 책을 읽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얘기하시는 분도 있으십니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큰 일을 하려고 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더 많은 직원을 채용하기 위해,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 일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가치 있는 일을 하면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는 가치를 얻을 것입니다. 한 사람을 얻을 것입니다.

가치 추구가 지침서 정도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할지 정해놓은 지침서요. 이러한 개념을 알고 추구한 것은 아니지만 가치 추구하는 조직은 성장성, 혁신성, 회복탄력성이 좋다고[2][3] 합니다. 그러나 필요하다면 지침서도 바꿀 용의가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우리는 컨트롤이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왜 이렇게 정해놓은 것에는 반감이 들까요? 🙂 아, 저는 대표입니다.


[1]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2-02248-z

[2] https://www.forbes.com/sites/ellevate/2019/05/16/the-benefits-of-a-value-driven-business/?sh=356c17aa5980

[3] https://www.linkedin.com/pulse/benefits-building-values-driven-organization-gopakumar-pillai/?trk=pulse-article_more-articles_related-content-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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