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제주에서 유독 궁금해하던 곳이 하나 있었다.
용머리해안..
그곳엔 나에게 또 다른 추억이 있다.
겁도없이 당차게 시작한 나의 제주살이가 궁금해 방문한 엄마와 해안길을 탐방하던 때였다.
해녀 삼춘들이 잔뜩 펼쳐 놓은 해산물을 가까이서 본 엄마는 눈이 휘둥그레 있었다.
그렇게 난생 처음 “자연산 홍!해!삼!이요” 라고 외치는 그 놈을 덜컥 집어 들고 말았다.
평생 바다 근처라고는 살아본적도 없는 서울 아가씨 우리 엄마.
두번, 세번은 묻지도 않고 부르는대로 겁도없이 용감하게 값을 지불하는게 아닌가..
그러곤 맑은 눈을 뜨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양손 가득 웃으며 나에게 걸어 온다.
나는 기겁 했다.
몇일전부터 고민해 잘 준비되어진 식사를 생각해 둔 터라 내 속은 결국 터지고야 말았다.
꽁꽁 춥기도 한 날씨, 차디찬 돌바닥에 쭈그리고 앉았으면서 뭐가 그리도 신이 났는지..
내 속도 모르면서...
지독히 성질 나쁜 딸 눈치를 보면서도 마냥 좋아라하는 그 모습에 속이 상해 왈칵 성질이 났다.
먹음직스럽게 잘도 썰어놓은 그놈의 홍해삼!
순간 꼴도보기 싫었다.
하지만.. 그 기분도 잠시…
바로 잘라 내어 온 기분 좋은 비릿한 신선한 그 맛은 대형마트에 랩을 씌운 회와는 비교 할 수 없는 소중한 찰나의 시간이 되어 버렸다.
미안함이 밀려나와 무안한 마음이 내려 앉았다.
그냥 처음부터 잘했다고 말해줄 걸..
엄마가 사와서 사실 나도 좋았다고 말해줄 걸..
오늘밤부터는 달라져야지.
똑같아지지 않기로 다짐했으니까..
완벽하진 않아도 매번 그저 그런 뻔한 딸 대신.
내일은 조금 더 따듯해져야지.
아주 조금 괜찮아지는 딸로.
평생 내 편!
그리고 나는 엄마 딸!

- 일러스트 느낌으로 재해석한 당시 [용머리해안]에서의 해맑게 웃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