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폭낭 (팽나무)
정의: 느릅나무과의 낙엽 교목. 제주의 마을 어귀나 중심부에 심겨 정자나무 역할을 함.
1948년 겨울, 마을 사람들이 모여 쉬던 평화로운 쉼터는 순식간에 끔찍한 사형장으로 변해버렸다.
군인과 경찰은 마을 사람들을 커다란 폭낭 아래 빈터로 불러 모았다. 명절이면 윷놀이하고, 일하다 지친 어르신들이 막걸리 마시며 웃음꽃 피우던 그 평상 위에 무서운 기관총이 놓였다.
마을 모든 길이 퐁낭으로 이어져 있다는 점이 그날의 비극이 되었다.
사람들은 도망칠 곳 없이 나무 앞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다. 마을의 중심이자 사랑방이었던 공간이, 이날 만큼은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이 된 것이다.
사람들은 나무 아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오직 퐁낭만이 고개를 든 채 그 참혹한 광경을 지켜보았다. 누가 억울하게 끌려갔는지, 누가 누구를 손가락질했는지, 불타는 집들이 얼마나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는지.
퐁낭은 그날의 소리를 모두 기억하고 있다.
아이들의 울음소리, 살려달라는 비명, 그리고 마을을 뒤흔든 '탕, 탕, 탕' 총성까지. 마을이 잿더미가 되어 텅 빈 뒤에도, 나무는 그 자리에 홀로 서서 검은 연기를 온몸으로 받아냈다.
지금도 제주의 오래된 퐁낭 앞에 서면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진다. 그것은 단순한 나무 그늘 때문이 아닐 것이다. 70여 년 전, 나무가 뿌리로 빨아들였던 그날의 눈물과 잎사귀마다 맺혔던 비명 소리가 여전히 나무 깊숙한 곳에 남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