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를 경험하기 전까지 나는 스스로 숲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숲이라고 하면 산을 떠올렸고 산은 늘 부담스러운 장소였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던 숲은 대부분 ‘올라가야 하는 곳’이었다.
어릴 적에는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국내 여러 산을 올랐다. 서두르며 숨이 가쁜 중에 풍경을 볼 여유는 없었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도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부모님 선택에서 벗어난 뒤에도 산은 여전히 내 의지와는 멀었다. 직장 상사가 정한 야유회의 목적지, 단합이라는 이름 아래 따라가야 했던 곳. 그때마다 나는 왜 굳이 내려올 곳을 힘들게 올라가야 하느냐며 마음속으로 투덜댔다. 그렇게 산은 늘 ‘참아야 하는 공간’으로 남았다.
그러던 내가 제주에 와서 숲을 새롭게 만났다. 오르지 않아도 되었고, 숨이 가쁘지 않았고, 머물 수 있는 공간으로 느껴졌다. 정상을 향해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었다. 그저 들어가서 걷고, 멈추고, 다시 걷다 보면 어느새 숲 안에서 충분한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곳. 제주 숲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싫어했던 건 숲이 아니라, 무언가를 견뎌야 했던 방식이었다는 것을. 제주의 숲은 그 어떤 요구도 재촉도 없었다.
이제 나는 제주에 살며 숲을 사랑한다고 말하게 되었다. 자연 가까이에서 나에게 맞는 속도와 방향으로 살아가며, 내 삶을 더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좋아하는 마음 위에는 힘이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