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백동산으로 가는 길은 유난히 조용하다. 주차장으로 접어드는 길부터 주변의 소리가 한 겹 줄어든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부터 이곳은 보호받고 있는 장소라는 느낌이 분명하게 전해져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숲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땅이다. 키가 큰 나무들 때문에 하늘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땅은 흙과 낙엽으로 덮여 있고, 발이 닿을 때마다 푹신한 감각이 전해진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낮고 부드럽다. 이 숲에서는 걷는다는 행위 자체가 휴식처럼 느껴진다. 아무도 없는 숲속을 혼자 걷다 보니, 길과 길이 아닌 숲의 경계가 모호해서 혼란하다. 대자연 속 덩그러니 놓인 듯한 감각, 난생처음으로 느껴보는 종류의 두려움이 낯설게 다가온다. 왜 무서운 걸까? 길인 것 같은 땅으로 일단 걷는다. 이 숲에서는 이 두려움도 함께 걸어야 하는 것 같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은 조심스럽다. 키가 큰 나무의 줄기와 잎에 여러 번 닿았다가 내려오는 빛은 더 천천히 다가왔다가 사라진다. 빛도 숲으로 들어오면 그 숲을 닮는 걸까. 그 빛을 따라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껴야 할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쉽게 지나쳐서는 안 될 감정들, 오래 바라봐야 보이는 마음들. 동백동산은 그런 감각을 가만히 일깨운다.
최대 두 시간 소요된다고 안내된 길을 세 시간 반 동안 걸었다. 천천히 내 속도대로 걸으며 숲을 만끽하고 나오면 묘하게 충만한 기분이다. 발은 조금 부어도 몸은 한결 가볍다. 숲 어딘가에 무언가 내려놓고 왔나. 동백동산은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오래 남는다.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가진 제주의 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