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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기록, 몰입

할머니께 드리는 편지

jeju30 | 2026년 02월 08일

할머니 기억나맨?


내 어린시절 이야기하면 늘 레파토리 1번으로 나신디 이야기하는거.


우리집이 어릴 때 집어성 이사만 7번 넘게 다녀수께.


그때 이사 때마다 들고 다녔던 동전 모아두는 큰 항아리 저금통 있어신디. 기억나지예?


할머니가 집 없는 서러움 이야기 할 때마다 5살이던 내가



할머니 우리집 돈 진짜 많아요 이걸로 집 살꺼예요!



라고 해수께.


할머니는 그때 내모습이 평생의 추억으로 남겨졌나봐. 맨날 이야기하는거보믄.


나 좀만 더 열심히 일행, 진짜 집사고 할머니 모셔그넹 자랑하젠해신디, 그건 지금 못지켜시난 좀만 기다려줍써! 나중에 집사거들랑 할머니신디 맨 먼저 말하크매!


할머니 기억나맨?


나 군대 막 전역하고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너무 고민돼서, 걸어그넹 제주도 한바퀴 돌 때,


할머니집에서 하루 머물러수께. 그때 할머니 당근밭에 바쁠 때난, 막 챙겨주지 못행 미안행 했던거.


겅해도 꼭 아침은 먹이젠, 새벽에 일 나가는디, 손주 먹으라고 끓여줬던 된장국.


나 진짜예, 엄마들으민 서운할수도 이신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된장국은 할머니가 끓여준거연!


하루는 너무 궁금행 할머니



이거 어떵 끓연 마씸?



내가 끓이면 그런 맛이 안나던데 라고 물어신디.


할머니가 멸치 다시다 한 스푼 넣으면 된다고 해그넹 그때 진짜 빵 터젼예. 덕분에 대박 웃언마씸!


할머니 기억나맨?


할머니가 7-8년 전에 우리집 옥상에서 걷기 운동하다가 나랑 2-3시간 이야기 나눈거.


그때 엄마 이모 삼촌들 어릴 때 이야기도 많이 듣고 몰랐던 사실도 듣고 재밌어신디.


할머니가 왜 계속 공부허라 공부허라 공부허야된다고 했는지도 그때 처음 알게 된.


할머니도 글 공부하러 야학다니고 싶어도 부모빨리 돌아가시고 형제자매 없고 해부난 얼마나 고생해실꺼?


할아버지도 젊은 날 돌아가시고행 진짜진짜 하고 싶은 것도 많이 못하고, 할머니가 공부 그렇게 하고 싶어서 우리에게 이야기하는지 몰란.


그때 많이 속상핸 마씸. 겅해부난 나 진짜 계속 공부할꺼. 나중에 정말 하고 싶은 공부가 정해지면, 해외에서 석박사까지 행올꺼.


나 박사학위 받을 때랑 하늘 위로 학위증 보여주크매, 위에서 꼭 지켜봐줘예!


할머니!


임종 전에 보믄 나가막 이런저런 이야기 하젠해신디,


못해부난 미안하고, 또 미안해, 영이라도 하믄 닿을까? 막 이야기해졈수다.


할머니 보내면서 돌아보지 못했던 가족들 친지들의 소중함도 다시 알게 된.


양지공원가그넹 화장하는 곳에서 옹기종기 삼촌,이모들모영 옛날 이야기하멍


웃음꽃 필 때, 할머니가 보면 정말 뿌듯하겠다 싶언, 너무 마음이 따듯해젼. 고마워.


할머니!


나 있네, 가족들도 금전 문제로 큰 어려움 있을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될꺼.


그리고 돈어성 공부 못하는거 없게 나가 꼭 만들께!


나 살아가는데 많은 가르침주시고, 사랑 주셔서 감사합니다.


할머니!


이제 편히 가시고, 잘생긴 할아버지 만나고 꼭 재밌게 하고 싶은거 다하길 기도할께!


할머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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