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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기록, 몰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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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ju27 | 2026년 02월 08일

1


그것은 늘 위에 있었다. 깊은 곳에서 숨을 고르기도 하고,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작은 수면 위에 머물 때도 있었다. 늘 거기 있었지만 늘 보이던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은 스쳐 지나갔다. 발걸음을 옮기거나 고개를 돌리거나, 그 위에 비친 하늘을 잠시 지나치듯 바라보았다. 그럴 때마다 그것은 있다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를 반복했다.




2


그러던 어느 날, 그 앞에서 멈춰 선 존재가 있었다. 물 가까이 내려앉은 물총새였다. 이곳은 그 새에게는 처음 와본 자리였다. 그래서 모든 것이 새로웠다. 바람에 흔들리는 결도, 빛이 부서지는 춤사위도, 반짝임이 생겼다 사라지는 방식도, 아무도 멈추지 않는 풍경도. 새는 자주 고개를 기울였고 감탄했고 감사했다.


“아? 하나도 같은 게 없네.”


“보면 볼수록 다른 느낌이야.”


그 말은 누구에게 건네는 말이 아니었다.




3


그 곁을 오래 머문 이들이 보지 못한 건 아니었다. 물가에 뿌리를 깊게 내린 나무도, 파도를 묵묵히 견뎌온 바위도, 매일 같은 시간 뒷짐을 지고 산책을 나오는 노인도 그것을 알고 있다. 그저 너무 익숙해서 굳이 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들은 오래 머물렀기에 보지 않아도 아는 것들이 많았다.




4


시간이 흘러 해가 기울자 위에 머물던 것은 물 위에 남은 마지막 짙은 금빛으로 바뀌었다.


그 찰나의 순간, 누군가는 숨을 멈췄다.


“아…!!”




5


그 모습을 보며 윤슬은 혼잣말을 했다.


“나는 여기 있을게. 다만 네가 바쁠 때는 못 볼 수도 있겠지.”


그 말에는 서운함도 떠남도 없었다.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방식에 대한 이해였다. 누군가는 가끔 이유없이 발걸음을 늦춘다. 크고 눈에 띄지 않아도 너무 가까워 굳이 보지 않았던 것들을.


그리고 그날도 분명히 거기에는 그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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