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벽돌 옥상에서 펼쳐지는 청록의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며 다짐한다.
이 좁은 제주를 벗어나겠다고, 바다 건너 저 멀리 더 큰 세계를 누비겠다고.
멀리 가는 자식이 사뭇 걱정되는 부모는 안쓰러이 쳐다보지만
훨훨 날아겠다며 신난 발걸음은 벌써 가버렸다. 저 멀리로.
오래 꿈 꿔 온 무대에 올라, 내가 서 있는 이 곳은
가본 적 없는 낯선 세계,
환경, 사람, 언어, 온도, 냄새까지도 신비롭다.
꿈일까 현실일까 싶은 터질듯한 설렘을 간신히 부여잡고
여태 해본 적 없는 힘찬 날개 짓을 시작한다.
신기한 것도, 재밌는 것도, 맛있는 것도 많은 이 세상
보고, 듣고, 먹고, 놀고 운이 좋아 다 즐기고 간다.
시간은 흘러,
나의 날개 짓에 탈진 한 건지
무더위로 흘러내리는 땀인지
사람에 치인 눈물인지
알 수 없는
물줄기가 서서히 흐르고 흘러,
사막 한 모퉁이에 애증이란 오아시스를 숨겨두고,
결국 다시. 돌고 돌아 제주로.
내가 왔다는 소식을 어디서 들은 건지.
거친 바람은 어깨를 토닥인다. 그 동안 고생했다고.
바다는 한걸음에 마중 나와 묻는다. 그 또한 얼마나 재밌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