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제주에서 출근하는 길이었다.
일주서로를 타고 안덕면을 지나 사계리로 향하며
산방산이 가까워지는데 점점 든든해졌다.
낯선 곳에 달랑 떨어져 팔다리가 대롱거리는 것 같아 울적하던 마음이
엎어져서 기댈 수 있는 뒷배가 생긴 것처럼
마음이 안온해져 이후로 출근길이 한 달이나 편안했다.
내 눈에 산방산은 얼굴 세개인 삼두상인데
안덕면 방향에서 보면 조금 꼬장꼬장한 선비인 반면,
대정읍 방향에서 보면 세상 다 산듯한 산림처사가 따로 없고
마지막 얼굴은 너무 거대해서 보이지 않는다.
마감 때면 정신이 오그라져도
지나다니며 산할아버지가 등 두드려주는 맛에 힘이 나곤 했는데
이직 후, 가장 아쉬운 것이 사계리며 산방산이다.
산방산 기운은 너무 당당하고 노골적이어서
사람이고 동물이고 하물며 높은 건물이고, 점이 되고 선이 되는데,
그 아래에 하찮은 나는 이 정도 한숨 쉬고 욕을 뱉어도
지나가는 바람 한 줄에도 실리지 않을 성싶은 것이다.
이 기운이 어디서 왔을까. 생겼을까.
사람들이 믿고 믿어서 모인 돌덩이들을
빌고 빌어서 단단하게 굳힌 모양새라고 생각하면
커다란 정상 하나 가진 단일봉으로
날 때부터 한 뜻으로 하나여서
허튼소리 하나 새어나가지 않을 것 같은 옹골찬 이 기운이 납득 갈 만도하다.
산방산을 보며…
이런 감당하기 힘든 무게에 항상 진저리 치면서도
어딘가 단단한 구석에 슬쩍 기대고 마는 이 뻔뻔함이야 말로 무겁다 생각한다.
마지못하는 척 짓눌림에 즐거워하는 내 얼굴도
산방산 구석에 박혀있음이 틀림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