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마저 부드러운 ‘오름’.
숨이 가파르게 들어오고 나가기를 기분 좋게 반복한다.

지면에서부터 너무 높게 올라가지도, 완전히 벗어나지도 않은 채 천천히 길이 이어진다.
한라산을 오르기엔 부담스럽고, 그날의 날씨와 기분에 따라 선택지가 많은 장소로 오름만 한 곳이 있을까.
사회적 시스템에서 설정해 둔 목푯값이 늘 짐처럼 느껴졌는데 오로지 오름 꼭대기 하나만 떠올리며 움직이는 동안
자연스럽게 목푯값을 하나둘씩 잊어간다.

어느 순간 숲 냄새가 짙어지고 시야가 트일 때쯤, 오름의 반대편 혹은 꼭대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분명히 나는 그저 몇 발짝을 움직였을뿐인데 눈앞에는 좀 전과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유연한 곡선과 가끔씩 마주치는 숲속 동물들의 눈빛은 오름이 주는 가장 큰선물 중 하나다.
순간의 따뜻함이 극에 달하는 경험을 하고 싶다면 당장 오름으로 향하면 된다.

몸과 마음이 저절로 부드러워지는, 생명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채워지는 곳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니.
제주의 어느 곳에 놓여있든 오름을 오르는 건 무한한 자유다. 어디에나 있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