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동안 진행된 입춘굿의 마지막 날에 관덕정으로 간다. 탈놀이, 허멩이답도리, 마누라배송, 막푸다시, 그리고 도진. 젊은 세대들에게는 잊혀져가지만 이주민에게는 흥미로운 행사들이다. 굿의 모든 과정에서 기원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무탈과 안녕이다. 제주의 주민들, 아니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들이 한 해 무탈하기를!
봄의 절정은 벚꽃이 아닐까? 봄의 시작에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하루 밤 사이 바람이라도 불면 와르르 떨어져 버린다. '내일 보러 가야지' 하고 미루었던 마음에 후회만 남는 아쉬움 덩어리. 괜찮아, 내년에 보면 되지!
제주의 봄에서 유채꽃이 빠지면 아쉽다. 유채꽃도 예쁘지만 벚꽃과 함께라면 더욱 아름다운 색의 조합이다. 이 찰나의 찬란함을 즐기려고 많은 사람이 모여드니 며칠 전까지 지천으로 자라던 유채꽃밭 옆의 꿩마농(달래)은 다 밟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좀 더 시간이 있었다면 소박한 꽃을 피우는 꿩마농의 시간이 있을 텐데, 유채꽃과 벚꽃의 화려함에 꿩마농이 사라지는 건 적자생존인가?
나를 새벽 시간에 벌떡 일어나게 만드는 것. 동네 삼춘들과 친하게 해주는 것. 봄의 고사리. 길을 잃지 말라고 당부 또 당부하며 재숙 삼춘과 옥이 삼춘은 정작 당신들이 길을 잃어 헤매셨다. 내 목소리 듣고 찾아 오시라고 삼춘들을 고래고래 부르던 나는 목이 쉬어 버렸다. 잃은 길목에서 엄청난 고사리 밭을 발견했다며 봉지 가득 굵은 놈들을 끊어 오신 삼춘들은 미안한 웃음을 배시시 웃으며 내 빈약한 봉지를 한 움큼씩 채워 주신다.
봄에는 바닷가를 거닐다 물질하는 해녀 삼춘들을 자주 마주친다. 가만히 앉아서 귀를 기울인다. 은은한 파도 소리 가득한 바다에 이따금 들리는 숨비소리. 보기에는 평온해 보이는 이 풍경이 실상은 평온하지 않음을 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이 멀리서 바라보는 나에게는 낭만적인 건 아이러니.
봄
jeju10 | 2026년 02월 08일